샤넬의 피팅룸은 묘하게 사람을 들뜨게 만든다.

부자의 드레스룸처럼 꾸며놓은 넓은 공간에 천장까지 이어지는 큰 거울이 있고, 샤넬 트위드의 분홍 소파가 놓여 있다. 그리고 내가 고르지 않은 옷들까지 이미 걸려 있다. 가격표도 떼지 않은 채.

마치 누군가가 "이것도 분명 잘 어울리실 거예요"라고 미리 골라둔 것처럼. 행어에 이미 걸려 있는 옷 옆에 SA가 골라온 옷을 걸어준다.

커튼을 닫고 천천히 옷을 갈아입는다. 그리고 묵직한 문을 열고 나오면 그 순간부터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담당 SA뿐 아니라 주변 직원들까지 다가온다.

"너무 잘 어울리세요." "진짜 예쁘다." "사모님 스타일인데요?" "잠깐만요, 이 슈즈도 같이 봐주세요." "이 백이랑 매치하면 정말 예쁠 것 같아요."

정신이 없을 정도로 칭찬과 추천이 이어진다. 신기한 건, 그 안에 있으면 정말 사고 싶어진다는 거다.

옷 자체도 매력적이다. 샤넬은 시즌마다 사람을 못 버티게 만드는 옷들을 만든다. 재킷, 스커트, 니트, 트렌치, 카디건. 그리고 그 여성스러운 백과 슈즈들까지.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그 시즌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샤넬의 피팅룸은 옷을 입어보는 공간이라기보다, 사람을 기분 좋게 확신시키는 공간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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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에르메스는 전혀 다르다.

피팅룸은 놀랄 만큼 작다. 거울 하나, 스테인리스 행거 하나, 그리고 짙은 루즈 아쉬 컬러 가죽의 스퀘어 소파, 작은 스툴. 하이엔드 럭셔리의 화려함보다는 조용한 미니멀함에 가깝다.

컬렉션도 늘 비슷한 흐름이다. 셔츠, 블라우스, 드레스, 코트. 좋은 소재, 익숙한 실루엣, 반복되는 패턴. 몇 년 동안 보다 보면 가끔은 이런 생각도 든다.

"내가 이걸 또 사야 하나?"

몇 가지를 들고 피팅룸에 들어간다. 천천히 입어보고 밖으로 나온다. 그런데 샤넬과 가장 다른 건 그 다음 순간이다.

담당 직원이 앞에서 기다리고 있지 않다. 어딘가 다른 일을 하고 있고, 내가 직접 찾아야 한다. 그래서 이상하게 샤넬보다 훨씬 썰렁하게 외롭다.

그리고 돌아온 직원은 담담하게 말한다.

"한 장 남았어요." "이 사이즈는 전국 품절이에요." "이번 시즌 인기 제품이에요." "휘뚜루마뚜루 입기 좋으실 거예요."

900만 원짜리 간절기 코트를 이야기하면서도 말투에는 아무 힘이 없다. 오히려 그래서 더 묘하다. 뭔가 "이 정도는 그냥 사는 거죠"라는 분위기가 조용히 깔려 있다.

의류 구매가 스타일링이라기보다, 버킨을 받기 위한 적립 포인트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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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건, 나는 샤넬에서는 점점 더 사고 싶어졌고 에르메스에서는 점점 더 이성적으로 변했다는 점이다.

에르메스의 옷은 분명 실용적이고 소재도 훌륭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매료돼서 산다기보다 그냥 익숙해서 사는 느낌에 가까워졌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1년만 지나면 이전 시즌 패턴이 꽤 오래된 느낌으로 보일 때가 있다.

돌이켜보면 두 브랜드는 피팅룸 안에서도 완전히 다르게 움직인다.

샤넬은 사람을 들뜨게 만들고,
에르메스는 사람을 긴장하게 만든다.

샤넬은 환대로 설득하고, 에르메스는 거리감으로 선택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것조차 너무나 그 둘 브랜드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