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니는 샤넬 부티크에는 늘 같은 꽃이 있다.

수국. 흰색에서 연한 청색으로 번지는 송이들이 풍성하게 꽂힌 도자기 화기. 계절이 바뀌어도, 한국에서 수국이 자라기 어려운 시기에도, 부티크 한가운데 정확히 같은 자리에 같은 무게로 놓여 있다.

처음에는 우연인 줄 알았다. 시즌 캠페인에 따라 바뀌는 게 아니라, 늘 같은 꽃, 같은 위치, 같은 풍성함. 한 번도 어색하지 않게.

그제야 알았다. 이 꽃이 우연이 아니라는 걸. 이것이 샤넬이 환대를 시작하는 첫 신호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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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은 꽃으로 고객을 사랑한다.

여러 메종의 VVIP를 거치며 분명해진 사실이 있다. 메종마다 사랑의 언어가 다르다. 어느 메종은 한정 제품의 우선 안내로, 어느 메종은 비공개 행사로, 어느 메종은 SA의 친밀한 메시지로 고객에게 애정을 전한다.

샤넬은 꽃이다.

다른 메종도 발렌타인데이, 크리스마스, 생일을 챙긴다. 그건 이제 표준이다. 누구나 한다.

샤넬은 한 가지를 더 챙긴다.

어버이날. 5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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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어버이날에 집으로 꽃과 초콜릿이 도착했을 때 나는 놀랐다.

자식이 있는 고객의 집에 (사실 샤넬의 VVIP쯤 되려면 자식이 있는 나이일 가능성이 높다) 바쁜 그들을 매장으로 부르지 않고, 비싼 퀵서비스 비용을 들여 오토바이로 직접 보낸다. 화려하게, 샤넬 로고로 겹겹이 포장된 꽃과 초콜릿이 현관 앞에 도착한다.

발렌타인데이를 챙기는 메종은 많다.

어버이날을 챙기는 메종은, 적어도 내가 본 적은, 샤넬뿐이다.

여기서 한 가지가 드러난다.

샤넬은 당신이 어떤 향수를 좋아하는지뿐 아니라, 당신이 누구의 어머니인지를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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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VIP의 집에는 보통 꽃이 늘 있다.

안정적으로 인테리어된 넓은 거실. 정기 구독으로 들어오는 꽃들. 가족·지인·다른 메종·기관에서 보내오는 꽃들.

그럼에도 메종이 보낸 꽃 바구니는 다르게 보인다.

유명 플로리스트의 작업이라는 게 즉시 드러난다. 줄기의 곡선, 색의 대비, 꽃 결합 방식. "공을 들였구나"가 아니라 "이 꽃을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가 보이는구나"가 먼저 온다. 아낌없이 돈을 쓴 흔적이 시각으로 살아 있는 꽃, 보는 즐거움이 황홀에 가까운 꽃이다.

그 꽃 앞에 서는 내 눈빛은 묘하게 익숙하다.

샤넬 부티크에서 새 시즌의 어떤 아이템이 마음에 쏙 들 때, 그 옷을 바라보는 그 눈빛. 그것과 같은 눈빛이 집안의 그 꽃 앞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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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나는 한 가지를 깨달았다.

다른 선물은 보관할 수 있다. 가방은 옷장에, 시계는 와인더에, 보석은 금고에. 정리하고 잊어도 된다.

꽃은 다르다.

꽃은 받자마자 시간 안에 들어간다. 꽂아야 한다. 물을 갈아야 한다. 시들어가는 모습을 매일 본다. 일주일, 열흘 동안 그 꽃은 집의 한가운데에서 살아 있고, 그 시간 동안 메종의 흔적이 거기에 함께 머문다.

가방은 메종의 제품이다.
꽃은 메종의 시간이다.

샤넬은 그 시간을 보낸다. 어버이날 같은, 메종이 알 필요가 없어 보이는 날에. 매장이 아니라 집 현관에. 다른 누구도 챙기지 않을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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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티크 한가운데의 수국이 늘 같은 자리에 있는 이유는 이것이다.

샤넬은 꽃을 자신의 언어로 정했다. 매장 안에서, 매장 밖에서, 고객의 집에서, 다른 사람들이 잊어버리는 날에.

VVIP에게 가방·옷·주얼리는 구매의 결과다. 꽃은 메종이 보낸 신호다.

내가 본 럭셔리 메종 가운데 가장 감동적이었던 환대는, 이 꽃의 언어였다.